일요일 오전, 마지막 손님이 난방비를 아껴 주려고 보일러 플러그를 뽑고 나갑니다. 다음 예약은 목요일이고, 숙소는 나흘 동안 빕니다. 한겨울이라면 그 나흘 사이에 보일러와 배관이 얼 수 있습니다.
빈 숙소의 보일러는 전원과 가스를 그대로 두고 온도만 낮춥니다. 보일러 제조사들은 전원을 뽑거나 가스 밸브를 잠그면 동파 방지 기능도 함께 꺼진다고 공통으로 안내합니다. 이 기능은 보일러 안을 도는 물이나 실내 온도가 5~8℃ 안팎(제조사·모델마다 다름)으로 떨어지면 펌프나 버너를 스스로 돌리는데, 전원이나 가스가 끊기면 돌지 못합니다.
서울시는 동파 원인의 97%가 오래 집을 비우거나 보온이 부족한 경우라고 밝혔습니다. 손님 사이에 며칠씩 비는 숙소가 바로 오래 비는 집입니다. 그래서 빈 방 보일러 설정은 손님에게 맡기지 않고 호스트가 미리 정해 둡니다.
빈 방 보일러 설정: 외출 모드나 낮은 온도로
청소를 마치고 나올 때 보일러 조절기 앞에서 세 가지를 확인합니다.
- 전원 플러그가 꽂혀 있고 가스 밸브가 열려 있는지 확인합니다. 하나만 끊겨도 동파 방지 기능이 멈춥니다.
- 외출 모드를 켭니다. 사람이 없을 때 집이 얼지 않을 만큼만 난방을 돌리는 기능입니다. 외출 모드가 없으면 실내 온도를 낮추되 10℃ 밑으로는 내리지 않습니다.
- 분배기 밸브를 모두 열어 둡니다. 보일러 근처 바닥 배관에 방마다 달린 밸브로, 닫힌 방은 배관에 물이 돌지 않아 얼 수 있습니다. 제조사들도 쓰지 않는 방까지 열어 두라고 안내합니다.
보일러를 처음 세게 돌리기 전이라면 숙소 일산화탄소 경보기 점검도 함께 해 둡니다.
수도 계량기 동파 방지: 기온별로 할 일
용어: 수도 계량기는 건물로 들어오는 수돗물 양을 재는 장치로, 계량기함(보호통) 안에 들어 있습니다.
서울시는 하루 최저기온에 따라 수도 계량기 동파 예보를 네 단계로 내고, 단계마다 할 일을 정해 두었습니다.
보온은 관심 단계에서 끝내 둡니다. 계량기함 안을 헌 옷 같은 보온재로 채우고 뚜껑을 비닐로 덮어 찬바람을 막습니다. 밖으로 드러난 수도관, 화장실 배관, 보일러 아래 배관도 보온재로 감싸 둡니다.
빈 숙소는 경계 단계부터 물을 흘려 둡니다. 물줄기는 실처럼 가늘게, 한 줄기로 졸졸 흐르게 틉니다. 이렇게 10시간을 흘려도 가정용 요금으로 하루 300원이 안 된다고 서울시는 밝혔습니다.
멀리 사는 호스트라면 경계 단계 한파가 숙소가 빈 사이에 올 수 있다는 점부터 챙깁니다. 주간 예보에 한파가 걸려 있으면 마지막 손님이 나갈 때 청소 담당이 수도꼭지를 미리 틀어 두게 하고, 물은 다음 손님이 오기 전에 잠급니다. 산간처럼 겨울 내내 영하 15℃ 아래로 내려가는 날이 잦은 곳이라면, 서울 단계로 치면 '심각' 단계 대응이 겨울 기본이 됩니다. 근처에 부탁할 사람이나 설비업체 연락처도 겨울 전에 받아 둡니다.
서울 밖은 관할 상수도사업소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체크아웃 안내문에 넣을 보일러 문구
퇴실하며 보일러를 끄는 손님은 난방비를 아껴 주려는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구는 고마움을 먼저 말하고, 끄면 안 되는 이유를 한 줄로 붙입니다. 체크아웃 안내문과 보일러 조절기 옆에 같은 문구를 둡니다.
손님용 한국어 문구는 이렇습니다.
"난방비를 아껴 주시려는 마음 감사합니다. 다만 겨울에는 퇴실하실 때 보일러 전원을 끄거나 플러그를 뽑지 말아 주세요. 숙소가 비어 있는 동안 배관이 얼지 않으려면 보일러가 켜져 있어야 합니다. 온도는 저희가 낮춰 두겠습니다."
외국인 손님에게는 영어 한 줄이면 됩니다.
"Please leave the boiler on when you check out. It keeps the pipes from freezing while the place is empty, and we will turn the heat down ourselves."
셀프 체크인 숙소라면 입실 안내에도 이 문구를 한 번 넣어 둡니다. 안내문 구성은 셀프 체크인 안내문 만들기에 있습니다.
원격 보일러 조절기는 어떤 숙소에 필요할까
보일러 본체는 그대로 두고 조절기만 와이파이형으로 바꾸면, 스마트폰으로 전원과 온도, 예약 난방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조절기 값은 2026년 온라인 판매가 기준 6만~10만원대이고 고급형은 더 비쌉니다.
| 원격 조절기가 필요한 숙소 | 없어도 되는 숙소 |
| 호스트가 멀리 살아 체크아웃 날 바로 들르지 못한다 | 호스트가 같은 건물이나 근처에 살아 체크아웃마다 들른다 |
| 평일·비수기에 이틀 이상 비는 날이 잦다 | 겨울에도 예약이 이어져 비는 날이 드물다 |
| 청소 담당이 보일러 설정까지 챙기기 어렵다 | 청소 담당이 퇴실 직후 보일러 설정까지 확인한다 |
| 한파 예보가 나오면 미리 온도를 올리고 싶다 | 한파 예보 때 직접 가서 설정을 바꿀 수 있다 |
왼쪽에 두 가지 이상 해당하면 바꿀 만합니다. 다만 손님이 플러그를 뽑으면 앱으로도 다시 켤 수 없으니 안내문 문구는 그대로 둡니다. 사람 없이 돌리는 숙소의 다른 준비는 무인 독채 펜션 운영에서 다뤘습니다.
보일러가 얼었을 때 순서와 비용 부담
찬물은 나오는데 더운물만 안 나오면 보일러 아래 급수·온수 배관이 언 경우가 흔합니다. 녹이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 녹이는 동안만은 예외로 보일러 전원 코드를 빼고, 수도꼭지는 온수 쪽으로 틀어 둡니다.
- 보일러 아래 배관의 보온재를 벗기고 드라이어를 중간 온도로 맞춰 여러 번 데우거나, 따뜻한 물수건으로 감싼 뒤 미지근한 물로 천천히 녹입니다. 급하게 데우면 배관이 상할 수 있어 천천히 녹이고, 불을 쓰는 도구는 쓰지 않습니다.
- 수도 계량기가 얼거나 깨졌으면 관할 시·군 상수도사업소(서울은 120 다산콜센터)에 신고합니다.
- 수리 업체는 여러 곳 견적을 비교합니다. 정해진 단가가 없어 업체마다 값 차이가 크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 언 곳과 물이 번진 바닥을 사진으로 남기고 영수증과 견적서를 모아 둡니다. 보험이나 에어비앤비에 청구할 때 필요합니다.
계량기 교체비를 누가 내는지는 보온 여부로 정해집니다. 최근 서울시 발표(2022~2024년) 기준으로, 보온을 제대로 했는데도 한파로 동파됐다면 시가 교체비를 냅니다.
보온을 하지 않았거나 계량기함이 깨지고 드러난 채 방치됐다면 사용자 몫입니다. 2022년 발표 기준으로 15mm 가정용 계량기는 4만 1천원입니다.
보험과 에어커버, 겨울 전에 확인할 것
보일러나 집 안 배관이 터져 바닥과 벽까지 손보면 보일러 수리보다 훨씬 큰 공사가 됩니다. 이때는 손해보험의 급배수 특약에 기댈 수 있습니다.
용어: 급배수 특약(급배수시설누출손해 특약)은 수도관·보일러 배관 같은 급배수 시설에서 우연히 물이 새 건물과 가재도구가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특약입니다.
- 계약일부터 90일이 지난 다음 날부터 보장하는 상품이 있습니다. 11월 초에 가입하면 12월과 1월 한파는 보장 없이 지나게 됩니다.
- 새어 나온 물이 입힌 피해는 보상하지만, 배관 자체의 수리·교체비는 보통 빠집니다. 터진 배관 수리비는 호스트 몫으로 잡아 둡니다.
- 손해액의 일부를 가입자가 내는 자기부담금이 있는지 증권에서 확인합니다.
- 물이 더 번지지 않게 막느라 쓴 비용도 배상책임보험에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손해방지비용). 금융감독원이 2020년 이런 비용 40만원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에어커버의 호스트 손해 보상은 손님이 묵는 동안 손님이 끼친 피해를 대상으로 합니다. 손님 사이 빈 숙소에서 배관이 얼어 터진 손해는 대상이 아닙니다. 묵던 손님이 보일러를 꺼서 생긴 동파까지 보상되는지는 약관 원문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보험 구성은 에어비앤비 호스트 보험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실제 보장과 비용은 가입한 보험 약관과 관할 수도사업소에 확인해야 합니다.
첫 한파 전 펜션 동파 점검 순서
- 보험 증권에서 급배수 특약 여부와 보장 시작일 확인
- 계량기함에 보온재를 채우고 뚜껑을 비닐로 덮기, 드러난 수도관과 보일러 아래 배관 감싸기
- 보일러 조절기의 외출 모드 버튼 찾기, 없으면 빈 방에 둘 온도 정하기
- 보일러 근처 분배기 밸브가 방마다 열려 있는지 확인
- 숙소 근처에 부탁할 사람이나 설비업체 연락처 받아 두기
- 체크아웃 안내문과 조절기 옆에 보일러 문구 붙이기
- 청소 담당에게 퇴실 뒤 확인할 네 가지 적어 주기: 전원, 가스, 외출 모드, 한파 때 물 흘리기
- 원격 조절기 표의 왼쪽에 두 가지 이상 해당하면 조절기 교체 알아보기
일요일 아침 그 손님이 조절기 옆 문구를 읽고 플러그를 그대로 두었다면, 보일러는 목요일까지 나흘 동안 스스로 돌아갑니다. 손님에게 부탁할 일은 보일러를 끄지 말아 달라는 한 줄이고, 온도는 호스트가 낮춰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