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마쳐주세요. 시트는 벗겨서 세탁바구니에 넣어주세요. 쓰레기는 분리수거장까지 가져다주세요."
많은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체크아웃 안내문에 이런 문장을 적어둔다. 손님이 나가기 전에 집을 조금이라도 정리해주면 다음 청소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세 문장은 2026년 11월 20일부터 에어비앤비 하우스룰과 체크아웃 안내문 어디에도 쓸 수 없는 문구가 된다. 에어비앤비가 2026년 10월 20일 발표한 새 정책 때문이다.
손님에게 설거지, 침구 정리, 쓰레기 반출을 요구할 수 없고, 이를 어긴 손님에게 호스트가 직접 벌금을 매기는 것도 막힌다. 국내에서도 전자신문, 세계일보가 이 소식을 전했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운영하는 국내 호스트라면 농어촌민박이든 도시민박이든 게스트하우스든 예외가 없다. 지금 체크아웃 안내문을 열어 확인할 차례다.
뭐가 정확히 바뀌는가
에어비앤비 리스팅 편집기는 2026년 10월 20일부터 호스트가 설정할 수 있는 기본 하우스룰을 7가지로 못 박았다. 이 7가지 외에는 편집기 자체가 입력을 받지 않고, 나머지 요구는 전부 "요청"이라는 별도 칸으로 넘어간다.
- 최대 숙박 인원 (이번에 새로 추가)
- 정숙 시간
- 행사나 파티 개최 여부
- 반려동물 동반
- 흡연, 베이핑을 포함한 전자담배
- 상업적 촬영
- 퇴실 시 문단속 (이번에 새로 추가)
이 7가지는 규칙이라 손님이 어기면 정식 제재 대상이 된다. 반면 요청 칸에 적는 것은 "반드시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새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체크아웃 때 설거지를 마치라거나, 시트를 벗겨 세탁바구니에 넣으라거나, 세탁기를 한 번 돌려달라거나, 쓰레기를 숙소 밖 분리수거장까지 가져가라는 요구는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다. 에어비앤비가 직접 밝힌 판단 기준은 "상당한 노력이나 시간이 필요하거나, 보통은 청소 담당자가 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들은 이제 청소 담당자의 몫으로 완전히 넘어간다. 지금까지 직접 청소를 해온 호스트라면 청소업체 위탁과 직접 청소의 차이를 다시 따져볼 시점이다.
대신 여전히 요청할 수 있는 간단한 정리는 남아 있다. 쓰던 그릇을 싱크대에 모아두기, 쓴 수건을 한곳에 모으기, 쓰레기와 재활용을 실내 지정 통에 나눠 담기, 나갈 때 에어컨 끄고 가기 정도다. 에어컨을 켜지 말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나가면서 끄고 가 달라는 요청은 가능하다.
예외도 있다.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라면 쓰레기를 동물 방지용 통에 버리게 하는 요청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가뭄으로 물 사용이 제한되는 지역이라면 샤워 시간을 제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허용된다. 두 경우 모두 그 지역의 실제 사정이 있어야 성립하는 예외다.
벌금 조항도 같이 사라진다
같은 발표에서 호스트가 손님에게 직접 걷던 벌금성 요금도 막힌다. 2026년 11월 20일부터는 다음 네 가지를 현장에서 걷을 수 없다.
- 초과 인원 요금. 현장에서 돈을 걷는 대신, 예약한 최대 인원을 넘겼다는 사실 자체를 취소 사유로 쓸 수 있다.
- 흡연 적발 벌금. 실제 손해가 있으면 벌금 대신 에어비앤비의 보장 프로그램인 AirCover로 청구하는 방식을 쓴다.
- 레이트 체크아웃 요금을 현장에서 걷는 것. 예약 시점에 선택할 수 있는 유료 옵션으로 미리 제시하는 방식만 가능하다.
- 보증금 직접 징수. 이건 이전부터 금지돼 있었고, 이번 발표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호스트가 숙소 현장에서 판단하고 걷던 돈이 사라지는 대신, 문제가 생기면 에어비앤비의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왜 지금 바뀌었나
에어비앤비는 이번 개편의 이유를 "숙소가 정한 규칙들이 혼란스럽고 부담스러우며, 관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은 이 발표를 전하며 "투숙객이 별도의 청소비를 지불하는 만큼 이 같은 청소 업무까지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대목을 인용했다.
발표 직전에는 미국 조지아주의 한 호스트가 텔레비전 리모컨을 제자리에 두지 않았다며 투숙객을 비난하는 영상이 퍼져 논란이 됐다. 비슷한 시기 미국 미네소타의 한 인플루언서는 SNS에서 "과거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퇴실 전 최소 한 시간짜리 청소를 요구받았다. 휴가 중에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이런 사례가 쌓이면서 나온 결론이다.
물론 모든 호스트가 이 변화를 반기는 건 아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슈퍼호스트 로사나 임브로뇨는 SNS에 "이것은 의무가 아니라 예의의 문제다. 나는 호텔에서도 청소하고 시트를 벗기고 쓰레기를 버린다"고 썼다. 의견은 둘로 나뉘지만, 11월 20일부터는 규정이 이쪽으로 정해진다.
어기면 어떻게 되는가
위반이 확인되면 한 번에 큰 제재로 가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경고와 함께 리스팅의 하우스룰, 체크아웃 안내문을 수정해달라는 요청이 온다. 문제가 계속되면 리스팅 페이지에서 손님에게 "이 숙소는 규정을 벗어난 요청을 했을 수 있다"는 식으로 노출되거나, 검색 결과에서 순위가 낮아질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그 이후를 "추가 조치"라고만 표현했을 뿐, 계정 정지처럼 구체적으로 명시한 문구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검색 노출이 떨어지는 단계까지만 가도 예약에는 바로 영향이 간다.
지금 뭘 고쳐야 하나
11월 20일 전에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자기 숙소의 체크아웃 안내문과 하우스룰을 열어서, 금지된 문구를 지금 쓸 수 있는 문구로 바꾸는 것이다.
| 금지되는 문구 예시 | 대신 쓸 수 있는 문구 예시 |
| 설거지를 마치고 그릇은 건조대에 올려주세요 | 쓰시던 그릇은 싱크대에 모아두고 가셔도 됩니다 |
| 시트는 벗겨서 세탁바구니에 넣어주세요 | 시트는 그대로 두고 가셔도 됩니다 |
| 나가시기 전에 세탁기를 한 번 돌려주세요 | 세탁물은 저희가 정리하겠습니다 |
| 쓰레기는 공동 분리수거장까지 가져다주세요 | 쓰레기와 재활용은 실내 통에 나눠 담아주시면 됩니다 |
| 초과 인원이 확인되면 현장에서 추가 요금을 받습니다 | 예약 인원을 초과하면 숙소 정책 위반으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 |
| 흡연이 적발되면 현장에서 벌금을 받습니다 | 흡연 흔적이 확인되면 AirCover로 청구를 요청합니다 |
| 레이트 체크아웃은 현장에서 추가 요금을 받습니다 | 레이트 체크아웃은 예약 시점에 선택하는 유료 옵션으로 안내합니다 |
이 참에 청소비도 다시 들여다볼 만하다. 체크아웃 전 손님이 하던 작업이 줄어든 만큼, 실제 청소 시간과 비용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적정 청소비를 어떻게 잡을지는 에어비앤비 청소비 적정선에서 따로 다뤘다.
이번 하우스룰 개편 외에도 에어비앤비는 올가을 몇 가지를 더 바꿨다. 같이 정리해둔 글은 에어비앤비 2026년 가을 업데이트에서 볼 수 있다.
"설거지를 마쳐주세요. 시트는 벗겨서 세탁바구니에 넣어주세요. 쓰레기는 분리수거장까지 가져다주세요." 11월 20일부터 이 세 문장은 하우스룰에도, 체크아웃 안내문에도 쓸 수 없다. 지금 내 숙소의 안내문에 이 문장이 아직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하면 된다.